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와 차세대 반도체 노광 기술
1. 개요
가. 정의
EUV(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 리소그래피는 파장 13.5nm의 극자외선을 광원으로 사용해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노광(Lithography) 기술로, 기존 심자외선(DUV, 193nm) 노광으로는 한 번에 그릴 수 없던 수 나노미터급 미세 패턴을 단일 노광(Single Exposure) 에 가깝게 구현해 7nm 이하 선단 공정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제조 기술을 말한다.
반도체 제조의 본질은 설계된 회로 도면을 빛으로 웨이퍼에 "복사"하는 것이며, 그릴 수 있는 최소 선폭은 광원의 파장에 의해 근본적으로 제약된다. 레일리(Rayleigh) 식 해상도 = k₁ × λ / NA에서 보듯 파장(λ)이 짧을수록, 개구수(NA)가 클수록 더 미세한 패턴을 그릴 수 있다. DUV 노광은 193nm 파장에 머물러 있었기에, 선폭을 줄이려면 같은 층을 여러 번 나누어 찍는 다중 패터닝(Multiple Patterning) 에 의존해야 했고 이는 공정 단계·마스크 수·비용·불량률을 폭증시켰다. EUV는 파장을 193nm에서 13.5nm로 약 14배 단축함으로써, 다중 패터닝 없이도 미세 패턴을 한 번에 그릴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유일한 상용 장비 공급사이며, 삼성전자·TSMC·인텔·SK하이닉스가 이를 선단 로직·D램 공정에 채택하고 있다.
나. 등장 배경 및 필요성
EUV가 필연적으로 요구된 배경에는 세 겹의 압력이 있다. 첫째는 DUV 다중 패터닝의 한계 도달이다. 10nm 이하 공정에서 DUV로 미세 패턴을 구현하려면 하나의 층을 두 번(LELE), 네 번(SAQP)으로 쪼개 찍어야 했는데, 분할 횟수가 늘수록 마스크가 수십 장씩 추가되고 각 노광 사이 식각·증착 공정이 끼어들어 정렬 오차(Overlay) 와 비용·주기(TAT)가 기하급수적으로 악화되었다. 둘째는 무어의 법칙 지속에 대한 산업적 요구다. AI·모바일·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맞추려면 선폭 축소가 계속되어야 했고, 이를 경제적으로 달성할 유일한 수단이 광원 파장 단축이었다.
셋째는 중간 파장(157nm, EUV 외 대안)의 좌절이다. 2000년대 초 업계는 157nm F₂ 레이저 노광을 차세대 후보로 검토했으나 렌즈 재료(CaF₂)의 결함과 비용 문제로 사실상 폐기되었고, 결국 대안 없이 EUV에 자원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13.5nm는 거의 모든 물질에 흡수되어 렌즈(투과 광학)를 쓸 수 없고 진공이 필요하며, 강력한 광원 확보가 극도로 어려워 상용화에만 약 20년이 걸렸다. 2019년 TSMC가 7nm(N7+)에서, 삼성이 7nm(7LPP)에서 EUV를 처음 양산 적용하면서 비로소 대량생산 기술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EUV는 "파장을 줄여야 미세화가 지속된다"는 물리적 요구와, 그것을 20년에 걸쳐 돌파해 온 공학적 집념이 맞물린 결과물이다.
이 주제는 기술사 시험에서 "무어의 법칙 지속을 위한 미세공정 기술", "반도체 공급망·장비 패권", "제조 원가·수율 트레이드오프" 의 맥락에서 출제된다. 단순히 장비 스펙을 암기하는 것을 넘어, 왜 13.5nm여야 했는지, 왜 ASML 독점이 생겼는지, High-NA 전환이 어떤 공정·설계 변화를 강제하는지를 기술 패러다임 전환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다. 핵심 특징
EUV 리소그래피는 기존 노광 기술과 구별되는 네 가지 본질적 특징을 갖는다. 첫째, 초단파장(13.5nm) 으로 레일리 식의 파장 항을 극적으로 줄여 단일 노광 해상도를 끌어올린다. 둘째, 13.5nm가 모든 물질에 흡수되는 탓에 전 경로 진공·반사형 광학이라는, DUV와 근본적으로 다른 하드웨어 구조를 강제한다. 셋째, 광자 수 부족에서 비롯되는 확률적 거동이 성능·수율의 핵심 변수가 되어, 공정 제어가 "결정론"에서 "확률 관리"로 성격이 바뀐다. 넷째, 광원·광학·마스크·레지스트·계측·소프트웨어가 한 몸처럼 맞물려야 하는 생태계 집약형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 네 특징은 서로 얽혀 있다. 짧은 파장이라는 이점을 얻기 위해 반사 광학과 진공이라는 제약을 떠안고, 그 제약이 광손실을 키워 고출력 광원을 요구하며, 미세 패턴은 다시 확률적 결함을 낳아 레지스트·계산 리소그래피 같은 생태계 전반의 보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EUV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일 장비가 아니라 이 상호 제약의 사슬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다.
2. EUV 노광 시스템의 구조와 동작 원리
EUV 노광 장비는 "빛을 만들고(광원) → 모아 비추고(조명 광학) → 마스크에 반사시켜(레티클) → 웨이퍼에 축소 투영한다(투영 광학)"는 광학 사슬로 구성된다. 아래 전체 구조도는 광자가 생성되어 웨이퍼에 패턴을 형성하기까지의 경로를 나타낸다.
flowchart LR
SRC["광원(LPP)<br/>주석 액적 + CO2 레이저"] --> COL["집광 미러(Collector)<br/>타원 다층막 반사경"]
COL --> ILL["조명 광학계<br/>(다층막 미러 다수)"]
ILL --> MASK["반사형 마스크(Reticle)<br/>Mo/Si 다층막 + 흡수층"]
MASK --> PO["투영 광학계(POB)<br/>축소 투영 4x/8x"]
PO --> WAFER["웨이퍼 + 레지스트<br/>(광화학 반응 → 패턴)"]
subgraph VAC["전 경로 진공 + 반사 광학"]
COL
ILL
MASK
PO
end
가. 광원: 주석(Sn) 플라즈마와 LPP 방식
EUV 기술에서 가장 어려웠던 관문은 충분히 밝은 13.5nm 광원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상용 장비는 LPP(Laser-Produced Plasma, 레이저 유도 플라즈마) 방식을 쓴다. 미세한 주석(Sn) 액적을 초당 약 5만 회 진공 챔버에 분사하고, 고출력 CO₂ 레이저를 두 단계(예비 펄스로 액적을 납작하게 편 뒤 주 펄스로 가격)로 때려 섭씨 수십만 도의 고이온화 플라즈마를 만들면, 이 플라즈마가 13.5nm 대역의 극자외선을 방출한다.
문제는 효율과 출력이다. 입사 레이저 에너지 중 EUV로 변환되는 비율은 수 % 수준에 불과해, 양산에 필요한 수백 W급 광원을 얻으려면 수십 kW급 CO₂ 레이저가 필요하다. 광원 출력은 곧 처리량(Throughput, WPH) 을 좌우하므로, ASML과 광원 자회사 Cymer는 출력을 250W 이상으로 끌어올려 시간당 150~200장 이상을 처리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또한 플라즈마에서 튀는 주석 파편이 집광 미러를 오염시켜 반사율을 떨어뜨리므로, 수소 기체 흐름으로 파편을 씻어내는 디브리(Debris) 완화가 수명·가동률의 핵심 변수가 된다. 이처럼 광원은 EUV 장비의 성능·원가·가동률을 결정하는 심장부다.
광원 기술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안정성과 재현성이다. 초당 수만 발의 액적을 정확한 위치·크기로 분사하고, 매 발마다 레이저를 정밀하게 명중시켜 균일한 EUV 펄스를 내야 한다. 단 한 발이라도 에너지가 흔들리면 그 순간 노광된 패턴의 선폭이 달라져 노광량 변동(Dose Variation) 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선폭 균일도(CDU) 저하로 나타난다. 그래서 광원은 실시간 피드백으로 펄스 에너지를 제어하며, 이 미세한 펄스 단위 제어 능력이 양산 수율을 좌우하는 숨은 경쟁력이다. LPP 외에 방전 기반 플라즈마(DPP)나 자유전자레이저(FEL) 광원도 연구되었으나, 현재 상용 양산 장비는 모두 LPP 방식으로 수렴했다.
나. 반사형 광학계: 렌즈가 아닌 거울
13.5nm 극자외선은 유리·공기를 포함한 거의 모든 물질에 흡수되므로, DUV처럼 렌즈를 투과시켜 빛을 모을 수 없다. 따라서 EUV 장비는 전 경로를 진공으로 유지하고, 빛을 반사형 미러(Mirror) 로만 다룬다. 핵심은 몰리브덴/실리콘(Mo/Si) 다층막 미러로, 수십~수백 층의 Mo·Si 박막을 13.5nm 반파장에 맞춰 교대로 쌓아 브래그 반사(Bragg Reflection)로 특정 파장만 보강 간섭시켜 반사율을 약 70% 안팎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나 미러 한 장당 30% 가까운 빛이 손실되고, 조명·투영 광학계에 미러가 10여 장 이상 쓰이므로 광원에서 나온 빛의 대부분은 웨이퍼에 닿기 전에 소실된다. 이것이 EUV가 막대한 광원 출력을 요구하는 근본 이유다. 또한 미러는 원자 수준(수십 pm)의 표면 평탄도와 형상 정밀도를 요구해, 독일 자이스(ZEISS)가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정밀 연마로 공급한다. 광학계의 품질이 곧 해상도·수차(Aberration)·균일도를 좌우하므로, EUV 장비의 경쟁력은 광원과 광학계라는 두 극한 기술의 결합에 달려 있다.
이 손실 사슬은 EUV 설계의 핵심 제약을 드러낸다. 반사율 70%짜리 미러를 10여 장 통과하면 전체 투과율은 수 % 안팎으로 떨어지므로, 광학계 설계는 "미러 수를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한 보정 성능을 확보"하는 상충을 풀어야 한다. High-NA가 미러 배치와 아나모픽 구조를 새로 설계해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광학계는 단순 부품이 아니라 장비 전체 성능을 규정하는 설계 중심축이다.
다. 반사형 마스크(레티클)와 흡수층
EUV에서는 마스크(레티클)도 투과형이 아닌 반사형이다. 저열팽창 기판 위에 Mo/Si 다층막을 쌓아 반사면을 만들고, 그 위에 패턴 형상대로 흡수층(Absorber, TaN 등) 을 남겨 빛을 흡수·반사로 구분한다. 마스크로 입사한 EUV가 다층막에서 반사되어 투영 광학을 거쳐 웨이퍼에 축소 전사된다.
반사형 마스크는 여러 난제를 낳는다. 첫째는 마스크 블랭크의 결함이다. 반사면을 이루는 Mo/Si 다층막은 수십 층에 이르는데, 그 아래나 층 사이에 원자 수준의 결함(위상 결함)이 하나라도 있으면 반사 위상이 틀어져 패턴이 왜곡된다. 이런 결함은 흡수층 아래에 묻혀 있어 사후 수정이 어려우므로, 무결점에 가까운 마스크 블랭크 제조와 결함 위치를 피해 패턴을 배치하는 보정 기술이 함께 요구된다. 둘째는 마스크 3D 효과다. 빛이 마스크에 비스듬히(경사 입사) 들어가 흡수층 두께 때문에 그림자·위상 오차가 생겨 패턴 왜곡을 유발하며, 이를 줄이기 위해 더 얇고 흡수율이 높은 신소재 흡수층(예: 고굴절률 금속) 연구가 진행된다. 셋째는 펠리클(Pellicle) 이다. DUV 마스크는 얇은 보호막(펠리클)으로 먼지가 초점면에 맺히는 것을 막는데, EUV에서는 13.5nm를 90% 이상 투과시키면서 수백 W 열을 견디는 펠리클 소재 확보가 극히 어려웠다. 펠리클이 없으면 마스크에 붙은 단 하나의 입자도 모든 칩에 반복 전사되어 치명적 수율 손실을 일으키므로, 고투과·고내열 펠리클(다결정 실리콘·카본나노튜브 등) 개발이 지속되고 있다.
마스크는 공정 전반에서 반복 사용되므로 그 완성도가 모든 칩의 품질을 결정한다. 흡수층·다층막·펠리클·결함 검사라는 네 요소가 모두 극한 수준으로 맞물려야 하며, 이 때문에 EUV 마스크 한 장의 가격은 DUV 대비 수 배에 이른다. 결국 마스크는 EUV 생태계에서 광원·광학과 더불어 수율과 원가를 좌우하는 세 번째 병목으로 꼽힌다.
라. 노광 방식: 스텝 앤 스캔과 정렬
EUV 장비는 웨이퍼 전체를 한 번에 찍지 않는다. 마스크 패턴을 웨이퍼의 한 노광 필드(Field) 에 축소 투영한 뒤, 웨이퍼 스테이지를 다음 위치로 이동(Step)하고 다시 찍는 과정을 반복하는 스텝 앤 스캔(Step-and-Scan) 방식을 쓴다. 이때 마스크와 웨이퍼 스테이지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동기화되어 고속 주사(Scan)하며, 두 스테이지의 위치를 나노미터 이하로 맞추는 정밀 스테이지·간섭계 기술이 오버레이 정확도를 좌우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정렬(Alignment)과 오버레이(Overlay) 다. 반도체는 수십 개 층을 쌓아 만들므로, 새 층의 패턴은 이미 만들어진 아래 층과 나노미터 단위로 정확히 겹쳐야 한다. 층간 정렬 오차가 커지면 비아(Via)가 어긋나 단선·단락이 발생해 수율이 급락한다. 그래서 EUV 장비는 웨이퍼의 기준 마크를 읽어 실시간으로 위치를 보정하며, High-NA에서 하프필드·스티칭이 도입되면 이어 붙이는 경계의 정렬 오차 관리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즉 "얼마나 작게 그리느냐(해상도)"만큼 "얼마나 정확히 겹치느냐(오버레이)"가 미세공정 수율의 양대 축이다.
3. EUV 패터닝 프로세스와 핵심 기술 과제
EUV 노광은 단일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광원·광학·마스크·레지스트·계측이 맞물린 생태계 공정이다. 아래 프로세스 상세도는 한 층을 EUV로 패터닝하는 흐름과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핵심 과제를 나타낸다.
flowchart TD
A["레지스트 코팅<br/>(CAR 또는 금속산화물 MOR)"] --> B["EUV 노광<br/>(마스크 패턴 축소 투영)"]
B --> C["노광 후 베이크(PEB)<br/>+ 현상(Development)"]
C --> D["계측/검사<br/>(CD·오버레이·결함)"]
D --> E["식각/증착<br/>(패턴 전사)"]
B -. "확률적 결함(Stochastic)" .-> X["광자 샷노이즈<br/>→ 라인 끊김·연결"]
C -. "LER/LWR" .-> Y["선폭 거칠기<br/>→ 소자 편차"]
D -. "오버레이 오차" .-> Z["층간 정렬 불량<br/>→ 수율 저하"]
가. 레지스트와 확률적(Stochastic) 결함
EUV 공정의 가장 본질적 난제는 확률적 결함(Stochastic Defect) 이다. 패턴이 수 나노미터로 작아지면 한 패턴을 형성하는 데 관여하는 EUV 광자(Photon)의 수가 통계적으로 적어져, 광자가 도달하는 위치의 샷노이즈(Shot Noise) 때문에 어떤 라인은 끊기고(브리지 결함), 어떤 구멍은 막히는 무작위 불량이 발생한다. 이는 공정을 아무리 정밀하게 제어해도 확률적으로 남는 결함이어서, 선폭 축소의 근본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를 줄이는 방법은 상충한다. 노광량(Dose)을 늘리면 광자 수가 많아져 확률적 결함은 줄지만 처리량이 감소하고 원가가 오른다. 레지스트 측면에서는 기존 화학증폭형 레지스트(CAR) 대신, 더 적은 광자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식각 내성이 높은 금속산화물 레지스트(MOR, 예: 주석 기반 EUV 레지스트) 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즉 레지스트 감도, 해상도, 선폭 거칠기(LWR)는 RLS 트레이드오프(Resolution-LER-Sensitivity) 라 불리는 삼각 상충 관계에 있어,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EUV 수율 개선의 핵심 과제다.
레지스트는 소재·공급망 측면에서도 전략적이다. 고성능 EUV 레지스트는 소수의 글로벌 소재사가 과점하고 있으며, 금속산화물 레지스트 같은 신소재는 미세 패턴 성능이 뛰어나지만 금속 오염·식각 장비 호환성 등 양산 적용에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국내(한국)에서도 EUV 레지스트·펠리클 등 핵심 소재의 자립화가 반도체 경쟁력의 관건으로 다뤄지며, 이는 2019년 소재 수출규제 사태 이후 소부장 내재화 전략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나. 선폭 거칠기(LER/LWR)와 계측
패턴의 가장자리가 이상적인 직선이 아니라 미세하게 들쭉날쭉한 정도를 LER(Line Edge Roughness), 선폭 자체의 변동을 LWR(Line Width Roughness) 라 한다. 선폭이 수 나노미터일 때 수 % 수준의 거칠기도 소자 특성(문턱전압·누설) 편차를 키워 수율과 성능 균일도를 떨어뜨린다. 거칠기는 앞서의 확률적 광자 분포, 레지스트 분자 크기, 현상 공정에서 비롯되므로 광원·레지스트·공정이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결함을 잡아내려면 계측·검사(Metrology & Inspection) 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수 나노미터 패턴의 치수(CD), 층간 정렬(Overlay), 미세 결함을 측정하려면 전자빔·EUV 기반 계측 장비가 필요하고, 이는 그 자체로 고난도 산업이다. 결국 EUV는 "잘 찍는 기술"만이 아니라 "찍은 것을 정확히 측정하고 피드백하는 기술"까지 포함하는 생태계이며, 계측 정밀도가 곧 양산 수율로 직결된다.
다. 계산 리소그래피와 보정(OPC/ILT)
광학적으로 패턴을 그대로 투영해도, 회절과 마스크 3D 효과 때문에 웨이퍼에 맺히는 상은 설계 도면과 다르게 왜곡된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마스크 패턴을 의도적으로 변형(바이어스·보조 패턴 추가)하는 기술이 OPC(Optical Proximity Correction, 광근접보정) 이며, 더 나아가 원하는 웨이퍼 상을 역으로 계산해 마스크 형상을 최적화하는 것이 ILT(Inverse Lithography Technology, 역 리소그래피) 다. EUV에서는 경사 입사·확률적 결함까지 고려해야 해 보정 연산량이 폭증하므로, GPU·AI를 활용한 계산 리소그래피(Computational Lithography) 가 필수 인프라가 되었다.
이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EUV의 해상도 한계가 순수 광학만이 아니라 "광학 + 소프트웨어 보정"의 합작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같은 장비라도 OPC/ILT 품질과 공정 모델의 정확도에 따라 실제 수율과 최소 패턴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결함을 사전 예측해 노광 조건을 조정하는 AI 기반 공정제어가 결합되어, 리소그래피가 "빛의 물리"에서 "데이터·연산 집약 공정"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 처리량·가동률·원가
EUV 장비 한 대 가격은 0.33 NA 기준 약 2천억 원, High-NA는 약 5천억 원(미화 약 4억 달러)에 이르며, 전력 소비도 메가와트급이다. 따라서 시간당 처리량(WPH)과 가동률(Availability) 이 칩 원가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다. 광원 출력이 처리량을, 디브리 오염·광학 수명·마스크 결함이 가동률을 결정하므로, EUV 운영은 장비 물리뿐 아니라 예지정비·공정 안정화가 수반되는 종합 관리의 대상이다.
구체적 수치로 보면, 광원 출력이 250W일 때 시간당 150~200장을 처리하는 장비가 하루 가동률 90%와 70%일 때의 생산량 차이는 월 수천 장에 달해, 1%의 가동률이 곧 수억 원의 원가로 환산된다. 그래서 삼성·TSMC는 D램·로직 공정에서 EUV 적용 층수를 늘리되, 원가 상 이득이 분명한 임계층에 선별 적용하는 전략으로 투자 효율을 관리한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1a·1b나노급 D램에서 EUV 적용 층수를 단계적으로 늘려 셀 집적도를 높였고, TSMC는 N7+에서 소수 층으로 시작해 N5·N3로 가며 EUV 층수를 확대하는 점진적 접근을 택했다. 이는 "최신 기술을 얼마나 빨리 전면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얼마만큼 적용해야 원가 대비 효용이 최대인가"를 판단하는 공정 경제학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4. 비교: DUV 대비, 그리고 0.33 NA 대 High-NA
EUV의 위치를 이해하려면 두 축의 비교가 필요하다. 첫째는 DUV와의 비교로, 왜 EUV가 다중 패터닝을 대체하는지를, 둘째는 0.33 NA(현세대)와 0.55 NA High-NA(차세대) 의 비교로, 왜 다시 광학계를 바꿔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 구분 | DUV(ArF-i, 193nm) | EUV 0.33 NA | High-NA EUV 0.55 NA |
|---|---|---|---|
| 파장/NA | 193nm / 1.35(액침) | 13.5nm / 0.33 | 13.5nm / 0.55 |
| 단일노광 해상도 | 약 38nm 피치(다중패터닝 필요) | 약 13nm 선폭 | 약 8nm 선폭 |
| 광학 | 투과형 렌즈(액침) | 반사형 미러 | 반사형 미러(아나모픽) |
| 노광 필드 | 풀필드(26×33mm) | 풀필드 | 하프필드(스티칭 필요) |
| 주 적용 | ~10nm급 및 비임계층 | 7~2nm 로직, D램 | 2nm 이하 로직, 차세대 D램 |
이 표의 수치는 보조적 정리일 뿐이며, 차이가 "왜" 생기는지가 핵심이다. DUV에서 EUV로의 전환은 파장 단축으로 다중 패터닝을 단일 노광으로 대체하는 것이 본질이다. DUV로 10nm 이하를 그리려면 한 층을 4번 쪼개 찍는 SAQP가 필요해 마스크·공정이 폭증하지만, EUV는 한 번에 그려 공정 단계와 오버레이 오차 원인을 크게 줄인다. 다만 EUV 장비·마스크·레지스트 비용이 비싸므로, 실제로는 가장 미세한 임계층만 EUV로, 나머지는 DUV로 혼용하는 것이 경제적 최적해다.
구체적 사례로, 10nm급 금속 배선층을 DUV로 구현할 때 SAQP(자기정렬 4중 패터닝)를 쓰면 하나의 층을 만드는 데 심(Core) 형성·스페이서 증착·식각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마스크가 3~4장, 공정 단계가 수십 단계로 늘어난다. 반면 EUV 단일 노광으로 바꾸면 마스크 1장, 노광 1회로 동일 패턴을 구현해 공정 단계가 크게 줄고, 각 노광·식각 사이에서 누적되던 오버레이 오차 요인도 함께 사라진다. 실제로 TSMC는 N7+에서 EUV를 4개 안팎의 층에만 적용했지만, 이 전환만으로도 DUV 다중 패터닝 대비 마스크 수와 공정 복잡도를 의미 있게 낮췄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EUV의 가치는 "더 작게"뿐 아니라 "더 단순하게"에 있으며, 단순화가 곧 오버레이·결함·주기(TAT) 개선으로 이어진다.
0.33 NA에서 High-NA(0.55)로의 전환은 개구수를 키워 해상도를 한계단 더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NA를 키우면 광학계가 커지고 초점심도가 얕아지며, 특히 ASML의 High-NA는 수차를 억제하기 위해 아나모픽(Anamorphic) 광학을 채택해 한 방향은 8배, 다른 방향은 4배로 축소한다. 그 결과 한 번에 찍는 노광 필드가 기존의 절반(하프필드)으로 줄어, 큰 칩은 두 번 찍어 이어 붙이는 스티칭(Stitching) 이 필요해진다. 즉 High-NA는 해상도라는 이득을 얻는 대신 필드 축소·설계 제약·장비가격 급등이라는 비용을 치르며, 이 트레이드오프가 TSMC가 High-NA 도입을 신중히 저울질하는 이유다.
5. 심화: High-NA EUV 전환과 최신 산업 동향
EUV 기술의 최전선은 High-NA(0.55 NA) 전환에 있다. ASML은 0.33 NA 세대(NXE·Twinscan NXE:3800E 등)를 넘어, 2024년부터 High-NA EXE 시리즈(EXE:5000 → EXE:5200) 를 출하하기 시작했다. EXE:5200B는 0.55 NA 아나모픽 광학을 탑재하고 50mJ/cm² 노광량에서 시간당 약 175장(WPH), 0.7nm 수준의 오버레이 정확도를 목표로 하는 상용 양산용 장비로 발표되었다. 이는 2nm 이하 세대에서 다시 한번 다중 패터닝을 단일 노광으로 줄여 공정을 단순화하려는 시도다.
도입 양상은 기업별로 뚜렷이 갈린다. 인텔은 가장 공격적으로, 업계 최초로 상용 High-NA(EXE:5200B)를 들여와 14A(1.4nm급) 공정 개발에 활용하며 2027년 리스크 양산, 이후 대량생산을 겨냥한다고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25년 말 첫 EXE:5200B를 수령하고 2026년 상반기 추가 도입해 2nm 파운드리 라인에 적용할 것으로 보도되었고, SK하이닉스도 2025년 D램 팹에 장비를 설치해 차세대 D램에 High-NA 적용을 모색한다. 반면 TSMC는 0.33 NA EUV의 멀티패터닝으로 A14 세대를 상당 기간 버티고 High-NA 본격 적용을 2030년 전후로 미룰 수 있다는 관측이 있어, 해상도 이득과 원가·성숙도를 저울질하는 신중론을 대표한다. 또한 벨기에 연구기관 imec은 EXE:5200급 장비(대당 약 4억 달러로 알려짐)로 2026년 4분기 공정 검증을 목표로 하는 등, 연구·검증 인프라도 함께 전개되고 있다. (※ 삼성·TSMC의 구체 일정은 2차 보도에 기반하므로 각 사 공식 발표로 확인 필요)
한편 EUV는 로직뿐 아니라 메모리(D램) 에서도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D램은 셀 면적을 줄이는 미세화 경쟁이 치열한데, 삼성전자는 1a나노급(4세대 10나노급) D램부터 EUV를 양산 도입해 셀 집적도를 높였고 1b·1c 세대로 가며 적용 층수를 늘렸다. SK하이닉스도 1a나노급부터 EUV를 적용하고 HBM용 D램 등 고부가 제품에 확대하고 있다. 로직이 복잡한 배선층에 EUV를 쓰는 것과 달리, D램은 셀 어레이의 반복 미세 패턴을 단일 노광으로 균일하게 그리는 데 EUV의 이점이 크다는 점에서 적용 양상이 다르다. 이는 "EUV = 로직 전용"이라는 통념을 넘어, 메모리 미세화의 돌파구로서도 EUV가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술사 답안 관점에서 이 동향의 함의는 세 가지다. 첫째, EUV는 단일 기술이 아니라 세대별로 재투자가 필요한 플랫폼이라는 점(0.33 → 0.55 → 차세대 Hyper-NA 논의). 둘째, 장비 독점(ASML)·광학 독점(ZEISS)·레지스트·펠리클 등 공급망의 소수 과점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결합한다는 점. 셋째, High-NA가 요구하는 하프필드·스티칭·새 레지스트는 설계(EDA)·마스크·소재까지 연쇄 변화를 강제한다는 점이다.
6. 고려사항 및 시사점
첫째, 적용 전략은 "전면 EUV"가 아니라 "선별 적용"이다. EUV는 다중 패터닝을 줄여 공정을 단순화하지만 장비·마스크·레지스트 원가가 높아, 모든 층에 쓰는 것은 비경제적이다. 가장 미세한 임계층만 EUV로 단일 노광하고 비임계층은 DUV로 처리하는 혼용(Hybrid)이 정석이며, 기술사는 "어느 층에 왜 EUV를 쓰는가"를 원가-수율-성능의 트레이드오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공급망 집중은 기회이자 위험이다. EUV 장비는 ASML, 광학은 ZEISS, 광원은 Cymer로 공급망이 극단적으로 집중되어 있어, 수출통제·지정학 갈등이 곧바로 제조 역량에 직결된다. 국가·기업 차원에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펠리클·레지스트 내재화, 복수 공급 확보가 전략적 과제가 되며, 이는 단순 기술이 아니라 산업 안보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셋째, 확률적 결함은 미세화의 근본 한계로 관리 대상이다. 선폭이 작아질수록 샷노이즈 기반 확률적 결함은 피할 수 없으므로, 노광량 증대(처리량 희생), 금속산화물 레지스트, AI 기반 결함 예측·보정(계산 리소그래피, OPC/ILT)으로 확률을 낮추는 복합 전략이 필요하다. 수율은 "완벽한 제어"가 아니라 "확률 관리"의 문제로 재정의된다.
넷째, EUV는 다른 미세화 기술과 연계해 이해해야 한다. 노광만으로 성능·전력·면적(PPA)을 모두 달성할 수 없으므로, EUV는 GAA 트랜지스터, 후면전력공급(BSPDN), 칩렛·3D 적층, 계산 리소그래피와 결합해 시스템 차원에서 미세화를 지속한다. 기술사 답안은 EUV를 고립된 장비가 아니라 차세대 반도체 로드맵의 한 축으로 배치하고, 전망(Hyper-NA, 신소재 광원 등)과 연계 기술까지 조망하는 깊이를 갖춰야 한다.
다섯째, 전망은 "광학 미세화의 완만한 포화"와 "시스템 스케일링으로의 무게 이동"이다. High-NA(0.55) 다음으로 Hyper-NA(0.75 안팎) 광학이 논의되지만, NA를 키울수록 필드 축소·장비가격·설계 제약이 가팔라져 경제적 한계가 뚜렷해진다. 따라서 미세화의 중심축은 점차 노광 해상도 단독에서 3D 적층(CFET·하이브리드 본딩)·칩렛·이종집적 같은 시스템 스케일링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사는 EUV를 "끝없는 선폭 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물리적·경제적 한계 안에서 다른 혁신과 역할을 분담하는 기술"로 균형 있게 평가해야 하며, 국가 전략 차원에서는 장비·소재·계측·인력을 아우르는 반도체 생태계 역량으로 접근해야 한다.
참고자료
- Tom's Hardware, "Intel installs industry's first commercial High-NA EUV lithography tool — ASML Twinscan EXE:5200B sets the stage for 14A" (2025) — https://www.tomshardware.com/tech-industry/semiconductors/intel-installs-industrys-first-commercial-high-na-euv-lithography-tool-asml-twinscan-exe-5200b-sets-the-stage-for-14a
- TrendForce, "ASML Confirms First High-NA EUV EXE:5200 Shipment, Reportedly Prepping for Intel's 14A in 2027" (2025) — https://www.trendforce.com/news/2025/07/17/news-asml-confirms-first-high-na-euv-exe5200-shipment-reportedly-prepping-for-intels-14a-in-2027/
- TrendForce, "imec Secures ASML's Most Advanced EXE:5200 High-NA EUV for Sub-2nm; 4Q26 Qualification Target" (2026) — https://www.trendforce.com/news/2026/03/19/news-imec-secures-asmls-most-advanced-exe5200-high-na-euv-for-sub-2nm-4q26-qualification-target/
한 줄 요약: EUV 리소그래피는 13.5nm 극자외선·주석 플라즈마 광원·반사형(Mo/Si) 광학으로 다중 패터닝을 단일 노광으로 대체해 7nm 이하 미세공정을 가능케 한 핵심 제조 기술이며, 확률적 결함·원가·공급망 집중을 관리하면서 High-NA(0.55 NA)로 진화하고 있다.